VOL.052026.07.15#취업상담#졸업생
학교 밖을 나선 졸업생들에게 지금 진짜 필요한 것
조급함에 쫓겨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이들에게 '경험의 재해석'과 '확신의 언어'를 건네는 법
안녕하세요, 에이치알멘토스 김유리입니다.
지난 4호 뉴스레터에서는 Z세대 학생들의 불안을 낮추는 두 기둥인 '자존감'과 '자기탐구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많은 선생님께서 현장 상담에 큰 도움이 되었다며 공감의 메시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최근 대학가는 정부와 대학이 힘을 모은 '졸업생 특화 고용서비스'의 확대로 분주합니다. 학교라는 안전한 울타리가 사라진 상태에서 '취업 준비생'이라는 모호한 신분으로 버텨내는 청춘들의 눈빛을 마주할 때면, 제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스물세 살, 대학 4학년 겨울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1. 용감해서가 아니라, 무서워서 서둘렀던 시간
1999년 겨울, 저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이 하나둘 취업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누구보다 조급했습니다. 인생이 뒤처지고 있다는 막연한 공포 속에서 '준비가 덜 됐다'는 말은 곧 '패배'처럼 느껴졌습니다.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지 고민할 겨를도 없이 무작정 원서를 냈습니다. 그저 멈춰 있는 상태를 견디기 힘들어 어디라도 들어가야 할 것 같았습니다. 얼마 후 첫 회사에 합격했을 때, 기쁨보다 먼저 든 감정은 뜻밖에도 '안도감'이었습니다.
'이제 멈춰도 되겠구나.'
하지만 무작정 뛰어든 대가는 냉혹했습니다. 공단으로 출근하는 통근버스 안에서는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해졌고, 선배 책상 옆에 놓인 빨간 플라스틱 의자 하나가 전부였던 제 자리를 바라보며 매일 숨을 골라야 했습니다. 결국 저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당시의 저는 제가 끈기가 없고 멘탈이 약해 '실패'한 거라며 스스로를 거칠게 몰아붙였습니다.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용감해서가 아니라, 무서워서 서둘렀던 것이었습니다.
2. 조급한 졸업생들이 던지는 방어기제 : '묻지마 지원''
지금 우리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와 "일단 아무 데나 걸려라" 하고 무분별한 지원을 반복하는 졸업생들의 속마음이 바로 이와 같습니다. 조급함에 쫓기는 아이들은 과거의 저처럼 스스로에게 묻지 않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방식으로 일할 때 숨이 덜 막히는가?'
'나는 어떤 조직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사람인가?'
본질적인 질문을 뒤로 미룬 채 일단 뛰어들고 보니 더 빨리 지치고, 반복되는 탈락 속에 "내 대학 생활 4년은 정말 무의미했나?" 하는 자격지심과 패배감에 갇히게 됩니다. 불안이 보내는 신호를 '나를 들여다볼 기회'가 아니라, '빨리 없애야 할 문제'로만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 조급함의 고리를 끊어주고 학생들이 소중한 '본질'을 대면하게 돕는 것이 우리 상담사들의 진짜 역할입니다.
3. 그들의 대학생활을 빛나는 스토리로 복원하는 3단계 코칭
상담실에서 미취업 졸업생들이 무작정 채용 공고를 긁어모으던 손을 잠시 멈추게 하고, 그들이 이미 보낸 대학생활 수년의 가치를 발견하도록 [인정 - 분해 - 재해석]의 관점으로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1단계: 인정해주기 — "멈춰 있는 건 뒤처지는 게 아니야"
과거의 저처럼 무서워서 서두르려는 학생의 마음을 먼저 알아주세요. 소속도 없이 불안한 시장에서 홀로 하루를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에너지를 쓰고 있는 거라고.. 지금 너의 경험이 부족한 게 아니라, 마음이 조급해서 너의 원석들이 잠시 안 보이는 것뿐라고 말해주세요.
2단계: 분해하기- 평범한 경험을 잘게 쪼개기
거창한 스펙이 없다고 낙담하는 학생들에게 학창 시절의 소박한 경험(동아리, 팀 프로젝트, 아르바이트)을 잘게 쪼개어 보게 하세요. 자료 조사를 할 때 나만의 분류 기준은 무엇이었는지, 갈등이 생겼을 때 내가 어떻게 조율했는지 eDISC적 관점(I의 소통력, S의 끈기 등)을 상담사가 대신 발견하고 언어화해 주는 과정입니다.
3단계: 재해석하기 — 성과가 아닌 '배움과 성장' 연결하기
기업이 원하는 진짜 스토리텔링은 완벽한 성공 신화가 아닙니다. 멈춤과 정체기 속에서 '무엇을 질문했고 어떻게 성장했는가'입니다. 졸업 후의 공백기마저 무의미한 실패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숨 쉬며 오래 일할 수 있는 방향을 정교하게 찾는 단단한 준비 기간"으로 당당하게 재해석할 말의 힘을 쥐여주어야 합니다.
학교 문을 나선 졸업생들에게 진로취업센터는 '언제든 돌아와도 나를 조건 없이 반겨주는 친정'이자, 무너진 자존감을 다시 세워주는 가장 따뜻한 베이스캠프가 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조급함의 덫에서 벗어나, 자신의 평범한 대학 생활 속에서 빛나는 무기를 발견하고 "아, 내 경험도 기업이 찾는 훌륭한 스토리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만드는 것. 그것이 과거 스물세 살 겨울의 저처럼 외롭고 무서웠을 학생들에게 우리가 건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취업 전략입니다.
오늘도 혼자 밤을 지새우며 자소서와 싸우고 있을 졸업생들에게, "너의 시간은 충분히 가치 있었다"는 확신의 언어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현장에서 학생들의 가장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주시는 선생님들을 이번 달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